벼르고 벼르던 여행이었다.
해주가 고향인 장인 어른은 홀홀단신 월남하여 평생을 열심히 일하셨다.
이제는 자녀들이 모두 장성하여 그런대로 경제적인 안정을 찾으셨지만
칠순이 훌쩍 넘은 연세에도 단 한순간도 일손을 놓는 일이 없다.
몇 달 전, 전립선암 판정을 받고 어려운 수술을 받으셨다. 다행히 경과가 좋아 가족들 모두 한숨을 돌렸다.
아침 일찍 서둘러 설악산 신흥사까지 산책을 했다. 다리가 불편하셔서 많이 걸을 수는 없으셨지만,
이런 좋은 경치에서 살면 늙지도 않겠다며 기쁜 감정을 감추지 않으신다.
아이들도 덩달아 신이 났다. 이렇게 온가족이 나들이 하긴 처음이니 말이다.
가까운 속초해수욕장에서 아이들과 신나게 뛰고 놀았다. 마음씨 착한 우리 딸은 앉아계신 할머니를 위해
계속 미역을 채취해다 드린다. 나중엔 제법 큰 미역도 건졌다.
그리고 대포항으로 가서 동해안의 싱싱한 회를 잔뜩 샀다. 정말 온 가족이 원없이 많이 먹었다.
안타깝게도 그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이 들려와서 오후엔 TV를 보고 피로도 풀 겸,
숙소에서 실컷 먹고 푹 쉬었다.
다음날 아침,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양양 낙산사를 찾았다.
몇 해전 동해안 산불이 이 천년고찰과 수백년 된 백송숲을 모두 휩쓸고 지나간 터였다.
그 아프고 안타까운 흔적들이 곳곳에 덩그러니 밑둥만 남겨둔 채로 대못처럼 이곳 저곳에 박혀있었다.
그래, 천년 세월도 하루아침에 사라지는데, 백년도 못 사는 우리 생에
무얼 그리 바둥거리며 집착하고 살겠는가...
우리 남은 인생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사는 동안 열심히 아껴주고 도닥여주며 살자고 다짐했다.
이 소중한 시간은 예쁘게 앨범도 만들어서 간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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