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사


                      이생진


두 그루의 은행나무가
커가며 부처를 닮았다
숱한 이파리를 훌훌 벗어 버리고
가을엔 해탈 지경
그러나 초봄엔
다시 살겠다고
몸부림칠 것같다


오전 열 시의 겨울 햇살은
모두 도선사 뜰 안으로 모이고
대웅전 부처가 빙그레 웃으면
촛불이 그것을 수긍하는 몸짓을 한다
참회도장 앞뜰에
장독이 이 백 스물 하나
모두 뚜껑을 쓴 부처 같다
하지만 그곳에 합장하는 이 없다
.............................................................................................

 

 

삶의 길이 곧 도(道)의 길이라서
그 길이 결코 다르지 않다.
도(道)가 곧 길이니 더욱 더 그러하다.


믿음의 근본도 다르지 않을텐데,
생각해 보니 나도 장독대에 합장한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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