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가을


                    이시영


가을 속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가까이서 멀리서 나 부르는 소리
부르다가 다가서면 귀 세우고 더듬이째 잦아드는 소리


가을 속에는 누가 오고 있을까
산 넘고 물 건너 긴 다리를 뻗어
쓰러져서도 발소리 죽여 야밤을 타는 소리
새벽을 딛는 소리


가을 속에는 누가 기다리고 있을까
풀섶에 스치는 타는 눈동자
등뒤에서도 갈참나무 뒤에서도 빛나는 눈동자
가을 속에는 누가 누가 숨어 오고 있을까

......................................................................

낙엽...
사사락 낙엽 구르는 소리

찬바람...

옷깃을 여미며 손등에 닿는 냉기

새벽 어스름...

어둠에 기대선

기다림, 그리고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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