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길
김종해
한로 지난 바람이 홀로 희다
뒷모습을 보이며 사라지는 가을
서오릉 언덕 너머
희고 슬픈 것이 길 위에 가득하다
굴참나무에서 내려온 가을산도
모자를 털고 있다
안녕, 잘 있거라
길을 지우고 세상을 지우고 제 그림자를 지우며
혼자 가는 가을길
........................................................
모처럼 바람이라도 쐴까 싶어
뒷동산이라도 올라가려는데
자욱한 안개가 발목을 잡는다.
며칠 계속된 안개로 새벽 공기가 영 마뜩치 않다.
그동안 자질구레하게 벌어진 일상의 때
안개 부옇게 내린 길가에
텁텁하고 매케한 냄새 자욱하다.
마스크라도 챙겨쓰고 잠시 나섰던 길,
운동화와 옷, 모자를 툭툭 털며
얼른 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안개 자욱한 새벽 공기
그 속에 가득한 분진은
또 바람이 불고
비가 쏟아져야 가라앉을게다.
우리네 삶이 늘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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