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강가에서
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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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 무엇인가 반짝거리면서 흩뿌린다.
가만히 보니 눈이 온다.
눈이 온다고 하기보다는
은빛 가루가 뿌려진다는 표현이 더 가깝다.
한 해가 겨우 닷새 남고 보니,
지난 일이며, 얼굴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오랜만에라도 누군가에게 연락이 오면
저 눈가루마냥 반가울 듯한데...
목소리도, 어찌 사는 지도 궁금하긴 한데,
새삼스럽게 연락을 하자니 다소 부담스럽다.
조용히 한 해를 접어두자니,
자꾸만 자꾸만 궁금 주머니가 뒤집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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