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驛)
한성기
푸른 불 시그낼이 꿈처럼 어리는
거기 조그마한 역이 있다
빈 대합실에는
의지할 의자 하나 없고
이따금
급행열차가 어지럽게 경적을 울리며
지나간다
눈이 오고
비가 오고……
아득한 선로위에
없는 듯 있는 듯
거기 조그마한 역처럼
내가 있다
...............................................................
자욱한 안개 사방에 내려앉은
서릿발도 바짝 날을 세운 어스름 새벽
도무지 따스한 기운을 찾을 길 없는
아득하게 멀게만 보이는 불빛 하나,
제 덩치보다 제법 부풀려진 검은 그림자
얼어붙은 찬 공기를 서늘하게 가르며
쌔~앵 지나쳐 간다.
귀청을 찢을 듯한 소음과
머리 속까지 울리는 진동,
소란도 잠시,
그저 스쳐 지나는 것.
눈이
아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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