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도 젖은 자는
오규원
강가에서
그대와 나는 비를 멈출 수 없어
대신 추녀 밑에 멈추었었다
그후 그 자리에 머물고 싶어
다시 한번 멈추었었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강은 젖지 않는다. 오늘도
나를 젖게 해놓고, 내 안에서
그대 안으로 젖지 않고 옮겨가는
시간은 우리가 떠난 뒤에는
비 사이로 혼자 들판을 가리라
혼자 가리라, 강물은 흘러가면서
이 여름을 언덕 위로 부채질해 보낸다.
날려가다가 언덕 나무에 걸린
여름의 옷 한자락도 잠시만 머문다
고기들은 강을 거슬러올라
하늘이 닿는 지점에서 일단 멈춘다
나무, 사랑, 짐승 이런 이름 속에
얼마 쉰 뒤
스스로 그 이름이 되어 강을 떠난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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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얻기 위해 떠난 여행이 있었던가?
나그네 가는 길.
무엇을 얻으려 되돌아간다 한들 그것이 얻어지는가?
이미 지나 온 길.
자연은 신을 비추는 거울,
스스로 그러한 것에 무엇을 더 더하려 하는가?
삶의 시선 그리고 영혼의 향기...
언젠간 자연스럽게 되길 바라본다.
나도 당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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