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안도현


장하다, 목련 만개한 것 바라보는 일
이 세상에 와서 여자들과 나눈 사랑이라는 것 중에
두근거리지 않은 것은 사랑이 아니었으니
두 눈이 퉁퉁 부은
애인은 울지 말아라
절반쯤은, 우리가 가진 것 절반쯤은 열어놓고
우리는 여기 머무를 일이다
흐득흐득 세월은 가는 것이니
.....................................................

흙먼지가 뒤섞인
비릿한 봄 비가 쏟기 시작한다.

별이라곤 자취도 없고
그나마 매달렸던 꽃잎도
곧 어디론가 쓸려가고 말 것이다.


늘 먼 발치에서 보기만 했던 자목련,
아이 손바닥만한 꽃 잎이 시들어
아슬아슬 매달린 모양새가 하도 불안하여
용기를 내 썩 다가가
까치발 딛고 발돋움해서는
목련나무 가지째 뚝 꺾어냈다.


하지만 이미 시들어가던 꽃잎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뚜욱 뚜욱.....
철퍼덕 철퍼덕.....
떨어져 내린다.
내 심장조각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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