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의 사랑
김광규
장독대 앞뜰
이끼 낀 시멘트 바닥에서
달팽이 두 마리
얼굴 비비고 있다
요란한 천둥 번개
장대 같은 빗줄기 뚫고
여기까지 기어오는데
얼마나 오래 걸렸을까
멀리서 그리움에 몸이 달아
그들은 아마 뛰어왔을 것이다
들리지 않는 이름 서로 부르며
움직이지 않는 속도로
숨가쁘게 달려와 그들은
이제 몸을 맞대고
기나긴 사랑 속삭인다
짤막한 사랑 담아둘
집 한 칸 마련하기 위하여
십년을 바둥거인 나에게
날 때부터 집을 가진
달팽이의 사랑은
얼마나 멀고 긴 것일까.
............................................................
내 생에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이 언제였던가?
무심코 던져진 질문에
바로 지금 이 순간이라고
호기롭게 답을 하나 불쑥 내밀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추억이라고 한무더기 주워모은 것들이
하나같이 보잘 것 없다.
지금 당장 떠나도 후회 없을만큼
어느 한 순간 아름답고 호기롭게 살았던가?
흩어져버린 답을 주섬주섬 주워담는다.
그래, 이제
詩처럼 살자.
압축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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