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박인환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기를 꽂고 산들, 무얼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얼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 밤내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르는데......
가슴에 돌단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다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보고 싶다는 단 한마디
먼지 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헤어져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 -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
우연히 고등학교 시절의 일기장을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펼쳐 본다.
신기하게도 20여년도 넘은 일들이 하나 둘 되살아나서는 선명하게 떠오른다.
일기장에 등장하는 친구들의 이름에 얼굴이 하나 둘 얹혀 진다.
지금은 비록 겉모습은 변해 내가 기억하는 얼굴은 이미 아닐테지.
생각해 보니, 당장 만날 수 있는 이도 있고, 연락이 닿지 않는 친구도 있다.
저들이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갑자기 무척 궁금하다.
요즘은 결혼식장보다 장례식장엘 더 자주 가게된다는 친구의 말에 댓글을 달았다.
앞으로는 새로운 만남보다는 이별이 더 많아질거라고, 이제 그럴 때가 됐다고...
'명시 감상 5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0) | 2013.05.22 |
---|---|
강영은... 그가 나를 쏘았다 (랩소디 인 블루) (0) | 2013.05.21 |
김옥숙... 낙타 (0) | 2013.05.20 |
박성우... 백 점 맞은 연못 (0) | 2013.05.16 |
박형준... 빗소리 (0) | 2013.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