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1


                   함동선


산으로 겹겹이 싸인 간이역
하루에 몇 번 기차가 지나가면 그 뿐
밭둑의 민들레꽃도
산길의 딱정벌레도 그 자리에 잠이 든다
양지바른 절터엔
얼굴이 좀 얽은 돌부처가
서 있다
산그늘이 가로 긋는 오후 3시
막차 시간이 돼가는가
잠자리 한 마리가 날아온다
구름과 바람과 세월 속에
무게를 느낄 수 없는 시간이
이 산골엔
이미 정해진 것처럼
새가 날아가는 쪽으로 해가 진다
..........................................................

큰기러기 세마리 날아올랐다.
어미 둘에 새끼 하나.


각기 다른 날갯짓은 허공을 바삐 휘젓는다.
어수선하고 서툴게 보이는 그들의 날갯짓은
어느 순간 바람을 올라 타고는
하늘로 고요히 날아오른다.


물빛이 반짝 하늘에 비치고
그들의 교감은 비행의 거리와 고도를
자연스레 맞춘다.
눈물이 반짝 호수에 번지고
그들의 비행궤도에 주파수를 맞춰보려
눈을 감는다.


한 번도 날아 오른 적이 없었던 지난 시간에
반쯤 먹은 한쪽 귀를 기울인다.
이미 깊게 패인
미간의 주름을 찡긋...


멀어져 가는 큰기러기 세마리
허공을 가르는
어떤 소리도 자취도 없다.


순간 호숫가엔 소슬바람이 고요히
돌고
또 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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