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이외수
저녁비가 내리면
시간의 지층이 허물어진다
허물어지는 시간의 지층을
한 겹씩 파내려가면
먼 중생대 어디쯤
화석으로 남아있는
내 전생을 만날 수 있을까
그 때도 나는
한 줌의 고사리풀
바람이 불지 않아도
저무는 바다 쪽으로 흔들리면서
눈물보다 투명한 서정시를
꿈꾸고 있었을까
저녁비가 내리면
시간의 지층이 허물어진다
허물어지는 시간의 지층
멀리 있어 그리운 이름일수록
더욱 선명한 화석이 된다
...........................................................
작은 돌멩이 하나 손가락으로 툭툭 튕겨
땅위에 짙게 금을 그어가며
광활한 대지의 지배자를 꿈꾸던...
먼 하늘을 향해 끝없이 날아오르던 연이
실이 끊겨 언덕 너머 저편 하늘로 사라져가던 모습을 멍하니 서서 지켜보며
언젠가는 저 먼 곳으로 꼭 내 연을 찾으러 가리라 다짐하던...
반으로 쪼개져버린 팽이를 붙여보겠다고 촛농을 떨어뜨리며
닭똥같은 눈물도 뚝뚝 섞어 떨구던 ...
순수함만으로도 행복하던 그때가
문득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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