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선 나무
유경환
나무 위로 바람 없이
날아 오르는 꽃잎을
아이가 쳐다보고 있다.
뾰죽탑 위로 바람 없이
오르내려 흩어지는 구름 조각 끝
아이가 턱에 걸고 있다.
날아오르는 일이
가장 하고 싶던 갈망이었음을
뉘에게도 말할 사람이 없었던 때
꽃잎보다 구름보다 높게
전봇대만큼 키 크는 꿈을
대낮 빈 마을에서 아이가 꾼다.
그 아이는 지금껏 혼자인
늙지 않으려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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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힘든 줄 모르고
뒷산 가파른 언덕배기를 한달음에 뛰어올랐지.
네 활개를 펴고 풀밭에 벌렁 드러누워서야
턱밑까지 차오른 숨을 겨우 달랬지.
한가로운 흰구름 듬성듬성 떠다니는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보며
콩닥거리는 가슴에 손을 얹고
한 점 부끄럼없이 살 거라 다짐했지.
향긋한 풀내음에 잠깐 눈을 감았고
나른한 풀잠에 푹 빠져버렸지
심술궂은 봄볕에 새까맣게
그을리는 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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