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윤수천
한 번 떠나온 고향은 가지 않아야 한다
가지 않아야 고향은 옛 모습 그대로 거기 있다
버들강아지 노래하는 시냇물
황소울음 퍼지는 언덕
아이들 줄달음치는 동구 밖 길
가지 않아야 친구들도 나이를 먹지 않는다
그 옛날 그 모습 그대로 거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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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얼굴에 키가 약간 작았던 아이
눈빛은 맑고 머리카락이 얇았던 아이
손가락이 길었고 피부가 하얗던 아이
단정한 옷차림에 목소리가 얘뻤던 아이
작은 아이
어둠이 짙게 내린 깜깜한 골목 어귀에 앉아
가녀린 두 무릎에 얼굴을 묻고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작은 아이
어느새
많은 시간이 지났고 좋은 사람들이 있었고
기쁨과 아픔이 함께 했고 여러 만남과 헤어짐.
하지만 잊혀지지 않는 작은 아이
네 노래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길
네 생각을 여러 사람들과 얘기하길
아주 먼 길을 떠날 때 누구도 아파하지 않기를
잘 놀다 왔느냐 물음에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주저없이 답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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