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목탁
잿빛 안개는
오늘
그 길에 자욱하다
사그라지는
화염의 시체
바람에 흩어지는
흙으로 다시 돌아가는
언젠가는
너도 그리고 나도
한 줌의 재
그 잿빛 안개는
그 길에 자욱하다.
春雨
허다한 화려(花麗)의 주검들이 흩뿌려 졌다.春雨의 시샘이 그 위를 덮쳤다.
고개숙인 개나리 곁가지울고 있다....
靑春은 그 주검을아무렇지 않게 짓밟지만
우산 든 노인네의 젖은 눈예사롭지 않다.
단풍 (丹楓)
하루가, 그리고 한 해가
그렇게 세월이 지난다.
이리 저리 구르다 머문
낙엽더미에서
반짝
단풍잎 하나
반갑다.
네가 그랬다.
호호 불어
주머니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