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
어제도 무척이나 속이 상해
이것 저것 별의 별 생각 다 하다가
늦은 밤까지 소주 한 잔으로 속을 달랬다.
사는 게 다 그렇다고
다들 그렇게 사는 거라고...
가을이 깊었는지...
저 편 강둑길에 갈대꽃이 하얗게 줄줄이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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