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첼로의 레퀴엠


                             강미영


몸 안으로 팔도 구겨 넣고
다리도 쑤셔 넣는다
음악이 된다


케이스 안에 갇혀 있는 남자
몸은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제 살 뜯어내며
케이스 안에 갇혀 있다


양 어깨에 걸쳐진 다리 사이
세상으로 뛰쳐나간 귀들
달팽이 의자에 앉힌다
현의 여자
활의 여자
뼈를 깎고 사는 허리 잘룩한 자웅동체
불두덩 더듬거리며
날마다 수음하는
꿈을 꾼다


그 남자는 첼로
케이스 안 낡은 방에서
오늘도 음악 같은
수음을 한다
..................................................

내 감각의 발정을 달래기위해 행해왔던
수음의 횟수가 늘어가고
말초신경이 무뎌져 가면서
더 이상 발기되지 않는 내 몸...


탄력없어진 피부에 묵은 때처럼 쌓여가는
편견, 고정관념 그리고 독선...


나이들어 간다는 것은,


이제는 감각적인 것에서 풀려나는 것.
감정의 묵은 때, 관념의 껍질을 계속 벗겨내야 하는 것.
더 이상 늙어가지 않는다는 것.

'명시 감상 3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정란... 화목 (火木)  (0) 2010.10.27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   (0) 2010.10.18
이근우... 찬바람이 불면  (0) 2010.10.11
윤동주... 참회록  (0) 2010.10.04
이선명... 종이비행기  (0) 2010.09.28

늙은 첼로의 레퀴엠


                                         강미영


몸 안으로 팔도 구겨 넣고
다리도 쑤셔 넣는다
음악이 된다


케이스 안에 갇혀 있는 남자
몸은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제 살 뜯어내며
케이스 안에 갇혀 있다


양 어깨에 걸쳐진 다리 사이
세상으로 뛰쳐나간 귀들
달팽이 의자에 앉힌다
현의 여자
활의 여자
뼈를 깎고 사는 허리 잘룩한 자웅동체
불두덩 더듬거리며
날마다 수음하는
꿈을 꾼다


그 남자는 첼로
케이스 안 낡은 방에서
오늘도 음악 같은
수음을 한다
.......................................

 

 

 

'명시 감상 3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정윤... 들꽃에게  (0) 2010.07.14
허영자... 녹음(綠陰)  (0) 2010.07.08
최옥... 장마  (0) 2010.07.02
김종목... 조약돌을 보며  (0) 2010.07.01
한용운... 나룻배와 행인  (0) 2010.06.2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