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첼로의 레퀴엠
강미영
몸 안으로 팔도 구겨 넣고
다리도 쑤셔 넣는다
음악이 된다
케이스 안에 갇혀 있는 남자
몸은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제 살 뜯어내며
케이스 안에 갇혀 있다
양 어깨에 걸쳐진 다리 사이
세상으로 뛰쳐나간 귀들
달팽이 의자에 앉힌다
현의 여자
활의 여자
뼈를 깎고 사는 허리 잘룩한 자웅동체
불두덩 더듬거리며
날마다 수음하는
꿈을 꾼다
그 남자는 첼로
케이스 안 낡은 방에서
오늘도 음악 같은
수음을 한다
..................................................
내 감각의 발정을 달래기위해 행해왔던
수음의 횟수가 늘어가고
말초신경이 무뎌져 가면서
더 이상 발기되지 않는 내 몸...
탄력없어진 피부에 묵은 때처럼 쌓여가는
편견, 고정관념 그리고 독선...
나이들어 간다는 것은,
이제는 감각적인 것에서 풀려나는 것.
감정의 묵은 때, 관념의 껍질을 계속 벗겨내야 하는 것.
더 이상 늙어가지 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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