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꽃


                      안도현


눈치코치 없이 아무 데서나 피는 게 아니라
개망초꽃은
사람의 눈길이 닿아야 핀다.
이곳 저곳 널린 밥풀 같은 꽃이라고 하지만
개망초꽃을 개망초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땅에 사는 동안
개망초꽃은 핀다.


더러는 바람에 누우리라
햇빛 받아 줄기가 시들기도 하리라
그 모습을 늦여름 한때
눈물 지으며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이 세상 한쪽이 얼마나 쓸쓸하겠는가
훗날 그 보잘것없이 자잘하고 하얀 것이
어느 들길에 무더기 무더기로 돋아난다 한들
누가 그것을 개망초꽃이라 부르겠는가
.............................................................

몇 달째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이제 더는 버티지 못한 이곳 저곳에서 가뭄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사실, 어리석은 우리는 가까이 있는 것의 고마움을 늘상 잊고 산다.
물도 그러하고, 공기도 그러하며, 햇빛도 그러하고, 음식도 그러하다.
만약 이것들이 없다면 불과 며칠도 버티지 못할 게 뻔한데...


우리는 사랑 없이 살 수 있다.
하지만 사랑 없는 세상에선 살 수 없다.
세상 만물이
누구에게나 다 필요한 것은 아닐지 모르나
필요없는 것은 세상에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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