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나희덕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소리에 묻혀
내 울음 아직은 노래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 벽 좁은 틈에서
숨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있다
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 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이 땅 밑까지 내려오는 날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 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는,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일 수 있다면
나 아직 여기 살아있음을...
그 고귀한 작은 진리 하나 찾지 못하고,
내 울음은
누구의 마음을 텅 비게 하고
또 누구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또 누구의 마음을 닫게 하고...
내 울음이 노래가 되고,
언젠가 누군가의 가슴에 울릴 수 있을까?
그것조차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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