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천 (歸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갈 대

 

                      천상병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나란히 서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안타까움을 달래며

서로 애터지게 바라보았다.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눈물에 젖어 있었다.

.......................................................

 

몇 해전

모 문학회 시상식자리에서

목순옥 여사님을 뵙고는 반갑게 인사를 건냈다.

요즘 건강은 어떠시냐고... 나도 목가라고...

그러자 손을 꼭 잡으시더니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신다.

'왜 목가냐고...'

나도 그 말에 목에 멨다...

소풍이 아름다웠다고만 말하기엔

아직은 너무 목이 멘다...

'명시 감상 1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용택...들국화/ 들국 (두 편)  (0) 2008.11.03
이수인...이 가을에, 가을엔 (두 편)  (0) 2008.10.31
신용선... 갈대, 억새 (두 편)  (0) 2008.10.21
김남조... 편지  (0) 2008.10.07
나희덕... 귀뚜라미  (0) 2008.10.0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