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천 (歸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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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대
천상병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나란히 서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안타까움을 달래며
서로 애터지게 바라보았다.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눈물에 젖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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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전
모 문학회 시상식자리에서
목순옥 여사님을 뵙고는 반갑게 인사를 건냈다.
요즘 건강은 어떠시냐고... 나도 목가라고...
그러자 손을 꼭 잡으시더니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신다.
'왜 목가냐고...'
나도 그 말에 목에 멨다...
소풍이 아름다웠다고만 말하기엔
아직은 너무 목이 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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