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용택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나 홀로 걷는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지기 전에
그대가 와서 반짝이는 이슬을 텁니다.


나는 캄캄하게 젖고
내 옷깃은 자꾸 젖어
그대를 돌아봅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마르기 전에도
숲에는 새들이 날고
바람이 일어
그대를 향해 감추어 두었던
길 하나를 그대에게 들킵니다.
 

그대에게 닿을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내 마음 가장자리에서
이슬이 반짝 떨어집니다.

 
산다는 것이나
사랑한다는 일이나 그런 것들이
때로는 낯설다며 돌아다보면
이슬처럼 반짝 떨어지는
내 슬픈 물음이 그대 환한 손등에 젖습니다.
 

사랑합니다.
숲은 끝도 없고
인생도 사랑도 그러합니다.

 
그 숲,
그 숲에 당신이 문득
...........................................................

간밤에 휘몰아치던 비바람도 잦아들고
빗줄기도 어느새 차분해졌다.


길이 모두 젖어있다.
그 길을 내려다 보며 흥얼거리는 노래
노래의 제목도 부른 이도 기억나지 않는다.


생각해 보니

한동안 노래를 부른 적이 없다
아무도 듣는 이 없는 노래


문득 누군가에게 얘기해 주고 싶다
길이 모두 젖어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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