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흙
조은
잠시 앉았다 온 곳에서
씨앗들이 묻어 왔다
씨앗들이 내 몸으로 흐르는
물길을 알았는지 떨어지지 않는다
씨앗들이 물이 순환되는 곳에서 풍기는
흙내를 맡으며 발아되는지
잉태의 기억도 생산의 기억도 없는
내 몸이 낯설다
언젠가 내게도
뿌리내리고 싶은 곳이 있었다
그 뿌리에서 꽃을 보려던 시절이 있었다
다시는 그 마음을 가질 수 없는
내 고통은 그곳에서
샘물처럼 올라온다
씨앗을 달고 그대로 살아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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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언제나
초행(初行)길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언제까지 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그래서 헤매는 것이 당연한,
물어서 가고
때론 돌아가야만 하는,
그러다 지치면 잠시 쉬어가는,
낯설기만 한
초행(初行)길
누군가 옆에 있으면 그것으로 든든한,
함께 갈 누군가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초행(初行)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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