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
이사를 했다...
제법 멀리로...
꽤 오랜동안 머물렀던 자리를 뜬다는 게 은근히 부담스러운 나이가 됐는지,
한동안 심사가 영 편칠 않았다.
막상 이사하고 아직 정리하지 못해 쌓아 놓은 박스가 많지만
이제서야 마음이 놓인다.
정리하려고 내놓은 물건들로 어수선하게 어질러진 방..
'평온한 일상의 소중함' 을 새삼 깨닫는다.
이 사소한 이사에도 심사가 이렇게 번잡스러운데,
지금 엄청난 재난을 당한 일본인들은 어떤 심정일까.
빨리 정돈되고, 치유되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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