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에 속삭이는 햇살


                                     김영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살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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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그랬다.
늘 마음만 서둘러
아직 멀리있는 너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봄은 아직 멀었는데
마음만 벌써
봄 너머로 가서는
봄이 오질 않는다고 또 보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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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노래한 수많은 시 중에서
이 시보다 더 아름다운 시를 아직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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