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을 씻으며
김종목
발을 씻으며
문득 발의 고마움을 생각한다.
꽉 닫힌 구두 속에서
하루종일 견뎌낸 고마움을 생각한다.
얼굴이나 손처럼
밝은 곳에서 아름다운 것을 보고
좋은 것도 만져보고,
그러나 발은 다섯 개의 발가락을 새끼처럼 껴안고
구두의 퀘퀘한 어둠 속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 외진 곳에서
흑진주 같은 까만 땀을 흘리며
머리와 팔과 가슴과 배를 위하여
스스로를 희생하는구나.
별 관심도 가지지 않았던 발아
저녁마다 퇴근하여 씻기도 귀찮아했던 발아
너의 고마움이 왜 뒤늦게 절실해지는 걸까.
오늘은 발가락 하나하나를
애정으로 씻으면서
수고했다. 오늘도 고물차같은 이 몸을 운반하기 위하여
정말 수고했다.
나는 손으로 말했다.
손으로 다정하게 말했다.
...................................................................................
'수고했다...'
오늘도 입으로 말하지 못하고,
마음으로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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