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묻다
김사인
사람들 가슴에
텅텅 빈 바다 하나씩 있다
사람들 가슴에
길게 사무치는 노래 하나씩 있다
늙은 돌배나무 뒤틀어진 그림자 있다
사람들 가슴에
겁에 질린 얼굴 있다
충혈된 눈들 있다
사람들 가슴에
막다른 골목 날선 조선낫 하나씩 숨어 있다
파란 불꽃 하나씩 있다
사람들 가슴에
후두둑 가을비 뿌리는 대숲 하나씩 있다
.........................................................
그 시절의 상처로 행여
내 맘 속에 아직 서러움이 남았나?
차마 주저앉아 울수밖에 없었던
그 길에서의 설움은
지나온 세월의 뒤안길로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아니 그러기를 바랐다.
어쩌면
눈물 한 방울만큼은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미소 한 모금만큼은 머금었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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