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집에
김광규
복실이가 뒷다리로 일어서서
창틀에 앞발 올려놓고
방 안을 들여다본다
집 안이 조용해서
아무도 없는 줄 알았나 보다
오후 늦게 마신 커피 덕분에
밀린 글쓰기에 한동안 골몰하다가
무슨 기척이 있어
밖으로 눈을 돌리니
밤하늘에 높이 떠오른
보름달이 창 안을 들여다본다
모두들 떠나가고
나 홀로 집에 남았지만
혼자는 아닌 셈이다
...................................................................
늘 반쪽만 커튼이 드리워진 내 창으로
용케 비친 반달
쌀랑한 기운이 코끝에 살짝 묻어온다
무심코 창을 열어젖히기엔 아직
내 잠도 내 마음도 달갑지않다.
이른 새벽, 뒤척이다 우연히 마주친
반쪽 남은 달이 반쯤만 잠을 깨웠다.
머리맡 어딘가에 던져둔 담뱃갑
마음 한구석에 늘 웅크리고 앉은
유혹의 싹을 손을 뻗어 더듬거려 찾는다.
지금부터 반쯤만 그 유혹을 태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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