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낮잠


                    문태준


낮잠에서 깨어나면
나는 꽃을 보내고 남은 나무가 된다


혼이 이렇게 하루에도 몇 번
낯선 곳에 혼자 남겨질 때가 있으니


오늘도 뒷걸음 뒷걸음치는 겁 많은 노루꿈을 꾸었다


꿈은, 멀어져가는 낮꿈은
친정 왔다 돌아가는 눈물 많은 누이 같다


낮잠에서 깨어나 나는 찬물로 입을 한 번 헹구고
주먹을 꼭 쥐어보며 아득히 먼 넝쿨에 산다는 산꿩 우는 소리 듣는다


오후는 속이 빈 나무처럼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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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내가 아끼던 기타가 넘어지면서
기타 목이 딱 부러져버리는 꿈을 꿨다.
짧은 탄식이 터지며 안타까움이 푸른 잉크처럼 퍼진다.
가슴팍 한가운데가 얼음을 댄 것처럼 시려온다.
꿈이다.


오늘은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비가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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