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낮잠
문태준
낮잠에서 깨어나면
나는 꽃을 보내고 남은 나무가 된다
혼이 이렇게 하루에도 몇 번
낯선 곳에 혼자 남겨질 때가 있으니
오늘도 뒷걸음 뒷걸음치는 겁 많은 노루꿈을 꾸었다
꿈은, 멀어져가는 낮꿈은
친정 왔다 돌아가는 눈물 많은 누이 같다
낮잠에서 깨어나 나는 찬물로 입을 한 번 헹구고
주먹을 꼭 쥐어보며 아득히 먼 넝쿨에 산다는 산꿩 우는 소리 듣는다
오후는 속이 빈 나무처럼 서 있다.
.............................................................
평소 내가 아끼던 기타가 넘어지면서
기타 목이 딱 부러져버리는 꿈을 꿨다.
짧은 탄식이 터지며 안타까움이 푸른 잉크처럼 퍼진다.
가슴팍 한가운데가 얼음을 댄 것처럼 시려온다.
꿈이다.
오늘은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비가 올지도 모르겠다.
'명시 감상 4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도현... 개망초꽃 (0) | 2012.06.20 |
---|---|
마종기... 꽃의 이유 (0) | 2012.06.15 |
김남조... 빗물같은 정을 주리라 (0) | 2012.05.31 |
김명은... 봄날 (0) | 2012.05.30 |
강현덕... 한림정 역에서 잠이 들다 (0) | 2012.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