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엽서
김경미
단 두 번쯤이었던가, 그것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였지요
그것도 그저 밥을 먹었을 뿐
그것도 벌써 일 년 혹은 이 년 전일까요?
내 이름이나 알까, 그게 다였으니 모르는 사람이나 진배없지요
그러나 가끔 쓸쓸해서 아무도 없는 때
왠지 저절로 꺼내지곤 하죠
가령 이런 이국 하늘 밑에서 좋은 그림엽서를 보았을 때
우표만큼의 관심도 내게 없을 사람을
이렇게 편안히 멀리 있다는 이유로 더더욱 상처의 불안도 없이
마치 애인인 양 그립다고 받아들여진 양 쓰지요
당신, 끝내 자신이 그렇게 사랑받고 있음을 영영 모르겠지요
몇 자 적다 이 사랑 내 마음내로 찢어
처음 본 저 강에 버릴 테니까요
불쌍한 당신, 버림받는 것도 모르고 밥을 우물대고 있겠죠
나도 혼자 밥을 먹다 외로워지면 생각해요
나 몰래 나를 꺼내 보고는 하는 사람도 혹 있을까
내가 나도 모르게 그렇게 행복할 리도 혹 있을까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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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생각하고 그리워한다는 것은
결국 자기 안의 누군가를 두고 있다는 것.
하지만 실상은 그 누군가를 진정 마음에 두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아직 제대로 돌본 적이 없는 그 누군가를 찾아보려고 하는 것인지
잘 구별하지 못한다.
그 누군가가 명확히 누구인지 없는 경우도 많고,
어쩌면 그게 결국 제 자신인지도 모른다.
그 누군가가 명확한 대상으로 존재한다면
비록 마음만으로라도 마음 씀에 소홀하지 말라.
그것만으로도 당신의 가슴은 아직 뛰고있는 것이 확실하니...
그렇지 못하다면...
아, 이 아까운 청춘을 어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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