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김재진


남아 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아프지 않고
마음 졸이지도 않고
슬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온다던 소식 오지 않고 고지서만 쌓이는 날
배고픈 우체통이
온종일 입 벌리고 빨갛게 서 있는 날
길에 나가 벌 받는 사람처럼 그대를 기다리네
미워하지 않고 성내지 않고
외롭지 않고 지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까닭 없이 자꾸자꾸 눈물만 흐르는 밤
길에 서서 허염없이 하늘만 쳐다보네
걸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 따뜻한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

불과 며칠 새, 밤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는 느낌...


어젯밤에 친구와 늦은 새벽까지 술잔을 기울였지요.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바로 지금 이 순간 - 무엇보다 편안하고 즐거워야할 -
조차 즐기지 못하고, 누리지 못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별 것도 아닌 주변 잡다한 이야기들과
아무 것도 아닌 쓸데없는 세상 걱정에...
이제 내 생에 다시 없을지도 모르는 이 소중한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우리에게
마주 앉아 이렇게 술잔 기울이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날이,
지난 일 얘기 하며 웃을 수 있는 날이,
바라만봐도 좋은 사랑을 할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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