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라고 노래하는,
'인생이 술 한잔 사주지 않는다' 고 투덜대는 그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그늘이 있고, 눈물이 있어야 한단다.
눈물없는 사랑이 없고, 그늘이 있어야 넉넉함이 있단다.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 준 일이 있는가?
내 사랑을 넉넉히 안아준 일이 있는가


반성해 봐야겠다...

'명시 감상 2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영자... 완행열차  (0) 2009.09.30
권기택... 고모생각  (0) 2009.09.30
윤동주... 자화상 (自畵像)  (0) 2009.09.14
이병기 시/ 이수인 곡 ... 별  (0) 2009.09.09
한강... 괜찮아  (0) 2009.09.0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