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행열차
허영자
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된 일이다
조그만 간이역의 늙은 역무원
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들국화
애틋이 숨어 있는 쓸쓸한 아름다움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완행열차를 탄 것은 잘된 일이다
서러운 종착역은 어둠에 젖어
거기 항시 기다리고 있거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누비듯이 혹은 홈질하듯이
서두름 없는 인생의 기쁨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
쉬었다 가라
언젠가는 멈추어 서야할 때가 오리니
가끔은 발걸음 멈추고
잠시나마 숨 돌리고
하늘도 올려 보고
땅 바닥도 훑어보고...
천천히 가라.
언젠가는 끝이 날 여행이니
조금 천천히 간다고
딱히 서러울 것도 없고
어차피 혼자 가야 하는 길이니
쓸쓸할 것도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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