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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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으로부터 나라를 되찾은 지 64년!
해방둥이이신 내 어머니의 생과 같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이 흘렀다.
이젠 그 뼈아픈 역사가 여러모로 많이 퇴색되고 우리의 기억속에서 잊혀졌구나 싶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여전히 아무것도 청산되지 못하고 고스란히 남아있는 일제의 잔재들과
여전히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는 매국노의 후손들,
반면에 비극의 역사와 함께 세월속에 영원히 묻혀버린 애국선열들과 버려진 그의 후손들
게다가 광복 이후 모든 것이 제대로 정리되지 못하고, 제자리를 찾지 못하여
결국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게 된 우리...그리고 이 땅...
여전히 빨갱이 이데올로기가 잔존하고, 일부 정치세력에 이용되는 현실을 보며,
이렇게 정신을 빼앗긴 이 땅에 참된 봄이 오는 그날은 언제가 될 지...
광복절 아침, 진정한 나라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안타까운 심정으로, 83년전 씌여진 이 뜨거운 시를 한 줄 한 줄 다시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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