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중심


               이화은

 
꽃은
그 꽃나무의 중심이던가
필듯말 듯
양달개비꽃이
꽃다운 소녀의 그것 같아
꼭 그 중심 같아
中心에서 나는 얼마나 멀리 흘러와 있는가
꿈마저 시린
변두리 잠을 깨어보니
밤 사이 몇 겁의 세월이 피었다 졌는지
어젯밤 그 소녀 이제는 늙어
아무 것의 한복판도 되지 못하는
내 중심 쓸쓸히 거기에
시들어
...............................................................................

곁을 지키며 바라봐주는 것의 든든함을
마음 한 장 얹어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의 고마움을
너를 통해 느끼곤 했었다.


지금 네가 내 곁에 없어도
어딘가 있을 테니...
그것도 아주 잘 있을 테니...


그것이면 충분하다.

절정을 복사하다


                            이화은 
 

예술의 전당에서 이만 원 주고
클림트의 키쓰 복사본을 사 왔다
트윈 침대 만한 북쪽 한 벽에
햇솜 같은 할로겐 불빛을 짙게 깔고
그들을 눕혔다 이건 아니다
너무 진부했다
매양 여자가 아래에 깔리는 체위
뒤집어 여자를 위로 올렸다
마침 티브이에서 못 생긴 여자가
여성 상위에 대해 침을 튀기고 있다
못생길 수록 위로 올라가고 싶어한다고
이 시각부터 그렇게들 생각한다면
고즈넉이 남자의 입술을 먹고 있는
이 여자는 너무 아름답다
다시 일으켜 세웠다
불빛이 주르르 발 아래로 흘러내린다
나는 체위에 관해서는
그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이 입맞춤이 끝나고 그들은 눕던가
헤어져 돌아가던가 할 것이다
한국 영화처럼
끝까지 다 말해 버리지 말자 하지만
이 숨막히는 정적
한순간만은 다시 복사해
내 가장 숨막히는 시간 속에
걸어두고 싶다
.......................................................

숨이 차도록 가슴 벅차오르던 순간,
그 순간을 기억해 보려 애를 써본다.
언제였던가?
아니 무엇이었던가?


숨막히는 한 순간을
무엇으로든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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