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공광규

         
새를 사랑하기 위하여
조롱에 가두지만
새는 하늘을 빼앗긴다 


꽃을 사랑하기 위하여
꺾어 화병에 꽂지만
꽃은 이내 시든다 


그대를 사랑하기 위하여
그대 마음에 그물 쳤지만
그 그물 안에 내가 걸렸다 


사랑은 빼앗기기
시들기
투망 속에 갇히기.
....................................................

가둬놓고 사랑하려니까 힘이 들다.
소유하려 하니까 사랑이 쉽지 않은게다.
누군가를 위해 사랑한다는 건
말짱 거짓말이다.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려 하는 것은 아닌지.
내가 이 만큼 주었으니 하면서
상대에게 적어도 이 만큼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이켜 생각해 볼 일이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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