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 지치거든
오세영
그리움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등꽃 푸른 그늘 아래 앉아
한 잔의 차를 들자
들끓는 격정은 자고
지금은
평형을 지키는 불의 물
청자 다기에 고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구나
누가 사랑을 열병이라고 했던가
들뜬 꽃잎에 내리는 이슬처럼
마른 입술을 적시는 한 모금의 물
기다림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등꽃 푸른 그늘 아래 앉아
한 잔의 차를 들자
...................................................................
오늘도 비
이어지는 비에
마음도 덩달아 가라앉고
오랜만에 차를 한 잔 해야겠다
이것저것 주섬주섬
꺼내고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
차 한 잔의 여유로움을 누린 것이 언제였지
한동안
차 한 잔 마실 여유도 없었지
여유로움은 어쩌면
무수한 번거로움이 주는
작은 혜택
오늘은 기어코 차 한 잔 마셔야겠다
이것 저것 꺼내고, 챙겨 놓고, 물을 끓이고, 차를 꺼내고, 찻잔을 닦고
채비를 서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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