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한하운


무지개가 섰다.
무지개가 섰다.


물 젖은 하늘에
거센 햇살의 프리즘 광선 굴절로
천연은 태고의 영광 그대로
영롱한 칠채(七彩)의 극광으로
하늘과 하늘에 궁륭(穹륭)한 다리가 놓여졌다.


무지개는 이윽고 사라졌다
아쉽게
인간의 영혼의 그리움이
행복을 손모아 하늘에 비는 아쉬움처럼
사라진다 서서히......


만사는
무지개가 섰다 사라지듯이
아름다운 공허였었다.
........................................................................

꽃보다 아름다운 생명들이
지금
꽃처럼 지려는가?


눈물마저 모두 거두어
마른 탄식만 남기고
그렇게 돌아가려는가?


부모 형제도
친구들도
수많은 이들의 기도도
모두 남겨 두고
그렇게 떠나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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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한 마디


                              한하운


간밤에 얼어서
손가락이 한 마디
머리를 긁다가 땅 위에 떨어진다.


이 뼈 한 마디 살 한점
옷깃을 찢어서 아깝게 싼다
하얀 붕대로 덧싸서 주머니에 넣어둔다.


날이 따스해지면
남산 어느 양지 터를 가려서
깊이 깊이 땅 파고 묻어야겠다.

............................................................


보리 피리


                           한하운


보리 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꽃 청산(靑山)
어린 때 그리워
피--ㄹ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인환(인환)의 거리
인간사(人間事)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幾山河)
눈물의 언덕을 지나
피--ㄹ 닐니리.


* 인환 : 인간의 세계
* 기산하 : 산하가 그 몇 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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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반가운 이의 이름이 적힌 메일이 도착했다.

짧막한 두 줄의 글...

 

'잘 계시냐고, 그저 버티고 있다고...'

 코 끝이 찡해온다.

 답장을 썼다.

 

'삶이란 늘 그러한 것. 별 것 아니니...'

'잘 지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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