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런 추억
윤동주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조그만 정거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 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 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 가고 - 동경(東京) 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 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까운 언덕에서 서성거릴게다.
-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명시 감상 1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가림...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0) | 2008.07.14 |
---|---|
손택수...거미줄 (0) | 2008.07.11 |
안근찬....하늘 인연처럼 사랑하기 (0) | 2008.07.08 |
도종환... 벗 하나 있었으면 (0) | 2008.07.08 |
김춘수... 꽃 (0) | 2008.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