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우산
김종해
비를 가리기 위해 우산을 펴면
빗방울 같은 서정시 같은 우산 속으로
바람이 불고
하늘은 우리들 우산 안에 들어와 있다
잠시 접혀있는 우리들의 사랑 같은
우산을 펴면
우산 안에서 우리는 서로 젖지 않기
외로움으로부터 슬픔으로부터 서로 젖지 않기
물결 위로 혹은 꿈 위로 얕게 튀어오르는
빗방울 같은 우리 시대의 사랑법 같은
우산을 받쳐 들고
비오는 날 우산 안에서
서로를 향해 달려가기
비는 내려서 우리의 마음 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로 흘러가지만
정작 젖는 것은 우리들의 여린 마음이다
우산 하나로 이 빗속에서
무엇을 가리랴
젖지 않는 꿈, 젖지 않는 희망을
누가 간직하랴
비를 가리기 위해 우산을 펴면
물방울 같은 서정시 같은 우산 속으로
바람이 불고
하늘은 우산만큼 작아져서 정답다
아직 우리에게 사랑이 남아 있는 한
한번도 꺼내 쓰지 않은
하늘 같은 우산 하나
누구에게나 있다
...........................................................
가을비 주룩주룩 내리는 9월 첫날 아침,
금세 가을이 다가서버려 괜히 마음 허전한 날,
김종해 님의 시를 읽고 나니
내리는 빗방울이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비에 젖은 우산 툴툴 털고 들어서면
나와 함께 따뜻한 차 한 잔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찻집 한 구석에 앉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마음이 서둡니다.
우리 가슴속에 사랑이 남아 있는 한,
그 사랑을 기억하고 있는 한,
하늘같은 우산 하나 간직하고 있으니
더욱 마음 든든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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