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숲속작은도서관이 도시의 삶을 접고 정말 숲 속으로 옮겨가기 위한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우리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 숲속을 여행하는 것도

그 프로젝트의 하나인데요, 이번에 가까운 나라 일본의 숲속 동화나라를 견학하고 왔습니다.

도서관 선생님들과 가족, 출판사, 계수나무 위정현 샘도 함께 하셨고요...총 20명의 방문단이었습니다.

 

어린이출판협의회 분들께는 도움될만한 내용같아서 이곳에 올려보고 싶은데....

(블로그에 내용을 올렸는데 네이버인지라 다음 카페에 퍼오기가 어려워 아쉬운대로 대략 옮겨봤습니다.

제 블로그에 방문하시면 사진도 보실 수 있어요.

http://blog.naver.com/supsokiz

(네이버 블로그에서 숲속작은도서관 검색하시면 됩니다)

 

길다란 일본의 남쪽 끝, 큐슈 중에서도 아래쪽에 자리한 미야자키현.

평범하지만 자연이 아름다운 시골 마을 그곳에는 이미 15년 전, 동화 같은 그림책마을이

들어섰습니다.

쇠락해가는 농촌 마을을 살리고자 '마을 부흥운동'으로 시작한 그림책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

조용했던 시골 작은 마을은 이제 일본 뿐 아니라 한국과 세계 수 만명의 관광객들이

동화를 찾아, 동심과 휴식을 찾아 오는 큐슈 최대의 문화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그림책 카페와 책방, 그림책 도서관과 소극장,

자연과 인간이 하나되어 어우러지는 야외 공연장, 물의 무대와 숲의 무대...

공간은 소박하나 자연을 인공적으로 탐하지 않아

땅과 숲, 나무와 사람, 하늘의 해와 별이 고스란히 우리 가슴에 들어와 안기는

키조 그림책 마을,

이야기가 살아있는 숲속 동화나라입니다.

 

 

키조그림책 마을을 이야기하려면 마을 촌장 쿠로키 이쿠토모 씨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려서부터 자기가 나고 자란 이 고향의 아름다운 자연을 소중히 지켜가고 싶었다는 쿠로키상.

젊은이들은 마을을 떠나가고,

농촌 마을은 점점 쇠락해져가고,

노인들만 남은 시골엔 돈도 사람도 없어져 삶의 기쁨이 사라져만 가는데

그 마을을 다시 살리기 위해 우리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마을 주민들의 고민이 깊어갈 때 쿠로키상은

"이곳에 그림책 마을을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마을 전체의 약 80%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깊은 산골에 그림책 마을이라니....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수만가지의 이야기들이 나왔으리라는 건 안봐도 짐작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마을을 만들어낸 것은 쿠로키상의 고집과 집념,

그에 감동한 마을주민의 전폭적인 후원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마을 부흥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중앙정부, 미야자키현, 키조마을이 각각 삼등분하여 재정을 마련,

1996년 4월, 숲속 그림책관, 숲속 책방, 그림연극 오두막 등의 시설로 이루어진

키조그림책 마을이 완성되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찾아오라고 광고하지 않아도

텔레비전이나 신문 광고를 통해 애써 알리지 않아도

이곳이 문화를 만들어내고 문화를 전파하는, 문화의 발상지가 된다면

세계의 사람들이 그 문화를 흡수하기 위해 절로 찾아올 것이라는 게 쿠로키 촌장의

신념이었습니다.

 

 

미야자키현 키조지역에 그림책마을을 조성할 때

쿠로키 촌장은 세 가지 원칙을 생각했다고 합니다.

첫째, 자연을 지킨다.

둘째, 그림책 도서관이 자연을 훼손해서는 안된다.

셋째, 아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건 자연의 체험. 책읽는 것보다 자연을 느끼고

시간을 즐기게 하는 곳이고 싶다.

 

세 가지로 나누어 말했지만 이는 결국 하나입니다.

바로 자연이지요.

 

이곳 그림책마을을 돌다보면 웬지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느낌을 갖습니다.

그건 마당에 잡초 하나도 뽑아내지 않는 자연의 가치 때문이지요.

 

그림책마을이 생기기 전, 마을 사람들은 자연에 대해 크게 인식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늘 자연과 더불어 살아왔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 아닐 뿐더러 때로 자연은 불편한 것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자연을 이용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며

자연이 아름답게 보존되어 있는 마을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되었지요.

이 마을에 와서 살고싶다는 사람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멀리 한국에서부터, 또 세계로부터 키조그림책마을을 찾게 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그건 바로 이곳이 '스토리텔링'이 살아있는 공간이라는 점이지요.

건축의 기본으로부터 인테리어 하나, 소품 하나, 공간구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하나의 일관된 철학과 이야기를 바탕으로 꾸며져가고 있는 공간.

무턱대고 보기좋고 예쁘고 그럴듯한 것들을 마구잡이로 이식해서 꾸며놓은 공간과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고, 살아있는 그 이야기들이

우리의 귓가에 소근소근 사연들을 전해주기에 그림책마을은 그만의 생명을 갖고있는 것이지요.

 

 

 

 

이곳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가 '자연'이라면

그안에는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늘'과 '달'과 '별'입니다.

 

그림책 도서관 안의 책상과 의자는 모두 달과 별 모양입니다.

모든 가구들이 하나도 똑같은 크기, 똑같은 모양이 없습니다.

한 장의 설계도로 기계적으로 뽑아낸 디자인이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의자들 크기도 다 다르고, 높낮이도 다르고, 등받이의 높낮이도 각기 다릅니다.

의자 등받이 뒤에는 구멍이 뚫려있는데요....자세히 보니 이게 모두 별자리입니다.

벽에는 하늘을 타고 오르는 별을 따는 사다리가 걸려있고

아가들이 엄마와 함께 앉아서 책을 보는 책상은 조각달의 모습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릴 놀래킨 것은 도서관 한 쪽 벽을 왜 까맣게 만들어놓았을까 궁금했었는데

그건 바로 미닫이 문이었습니다.

까만 미닫이 문을 옆으로 옆으로 밀어내자 바깥의 데크가 그대로 무대가 되고

무대 뒷 편으로는 자연스럽게 관객석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안과 밖을 하나로 연결, 사람과 자연이 나누어지지 않고 하나로 소통하게 만든

이 도서관의 구조는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도서관이 평소에는 책을 읽다가,

높은 천정에 조명을 밝히고 문을 열면 야외 공연장이 되는

복합형 설계 구조를 갖추고 있었던 겁니다. 이곳이 바로 '숲의 무대'입니다.

 

그리고 저 멀리 호숫가에는 '물의 무대'가 있고요.

마지막으로 산 위쪽에 '하늘의 무대'를 만들려고 한다고 하네요.

 

키조그림책마을의 포스터를 보면,

지구라는 별에서 그림책을 펴든 아이들이 우주로 교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의 그림책 읽는 소리는 저 먼 우주 어느 별에 가 닿습니다.

아주 작은 지구라는 별에 살고 있는 먼지같고 유한한 우리 존재가

말할 수 없이 광활한 우주 속에서 영혼의 언어로 소통할 때

비로소 우리 삶이 유의미함을 말해주는 듯하여 이 포스터가 정말 맘에 들었습니다.

 

키조그림책마을의 정신을 이 한 장의 그림이 다 말해주는 듯합니다.

 

그림책마을 안에 있는 책방에서는 많은 책이 판매된다고 합니다.

일본은 도서정가제가 지켜지고 있고 할인판매가 많지 않아서

이왕이면 내게 추억을 안겨주는 의미있는 장소에서 책을 구입한다고 하네요.

우리가 서점에서 책표지만 보고, 구입은 달랑 인터넷 서점에서 하는 것과 조금 구분되지요...

그래서 방문객들이 구입하는 책의 매출이 이곳 운영에 큰 힘이 된다고 합니다.

아울러 그림책마을에서는 차에 책을 싣고 인근 학교 도서관으로 책판매를 다닌다고 하네요.

학교 도서관에서는 그림책마을에서 권하는 책이라면 무조건 믿을만하다....는 신뢰로

책을 구매해주고...

그렇게해서 이 마을 1등 수입원은 바로 서점 책판매 매출입니다.

 

 

키조에 그림책마을이 생기면서 조용한 마을에는 생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쿠로키 촌장의 소원은 자연과 더불어 이 도서관이 살아 남았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온,

한국의 그림책마을을 꿈꾸는 도서관 선생님들과 가족들에게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발 밑의 벌레와 풀 한 포기를 소중하게 여길 줄 알고

마음 속에 자연과 생명의 책을 갖고 있다면

어디든지 바로 그곳이 가장 빛나는 당신의 자리가 될 것입니다."

 

우주 저 너머에서 내게 공명해주는 별의 이끌림에 따라,

나의 꿈과 접속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돌아온 그림책마을 여행이었습니다.

 

 

키조그림책마을 홈페이지

http://service.kijo.jp/~ehon/hyousi.htm

 

출처 : 한국어린이출판협의회
글쓴이 : 숲속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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