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읽는 여인


                            손희락

 
별빛 레일 달리는 전철 안
피곤에 지친 눈빛들 사이
시집을 읽고 있는
여인의 미소를 밟고 섰다


화장기 없어
화려하지 않은
단정한 여인에게서
야릇한 향기 진동한 까닭인지


책장 넘기는 하얀 손 잡아끌어
전철 역 근처 커피숍에 앉아
밤새워 이야기꽃 피우고 싶은
시인의 바람 끼가 요동친다


나는 왜 시집을 읽고 있는 눈빛을 만나면
그 앞에 가만히 멈춰 서게 되는 것일까
첫 만남, 이름모를 여인이지만
오랜 친구인 듯 정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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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지하철에서 어떤 이가 내가 읽었던 책을 들고 열중해있는 걸 보면
자꾸 얘기해주고 싶고, 간섭하고 싶어진다.
물론 그렇게 할 수 없지만...


가끔, 이 하늘아래에는 같은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들이 좀 남아있음을 알게 되고,
그들과 스치게 된다는 것은 참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나 혼자만 알게되는 흐뭇함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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