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박두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 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빛이 싫여 달빛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빛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뉘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휠훨휠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에 앉아
위어이 위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에띠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
이 시를 한 줄 한 줄 읽다보니,
소싯적 가수 조하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신묘년 새해 첫 출근길, 자유로에는 안개가 가득 내려앉았다.
전세금을 터무니없이 올려 달라는 통에 집을 옮겨야하는데,
전세대란이라더니 연락처를 준 부동산들에서는 감감무소식이다.
그래, 아무래도 나는 좋아라 ...^.^...
'명시 감상 3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신애... 액자 속의 방 (0) | 2011.02.14 |
---|---|
이상교... 사뭇 그리고 어렴풋 (0) | 2011.02.10 |
백석... 팔원(八院) -서행 시초(西行詩抄) 3 (0) | 2011.02.01 |
이대흠... 애월(涯月)에서 (0) | 2011.01.27 |
고재종... 외로움은 자라서 산이 되지 못하고 (0) | 2011.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