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자 속의 방


                       강신애


대흥동 가파른 계단 끝
고흐의 해바라기처럼 걸린 방
알고보니 시든 종이꽃이었다


키 작은 주인 여자가 방문을 열자
잡다한 생활의 때가 모자이크 된 벽지와
싱크대의 퀴퀴한 냄새


비좁은 복도를 마주하고 세든 세 가구가
공동 화장실을 가다 마주치면
서로 스며야 한다


하루치의 숨을 부려놓고
햇빛 한 줄기에도
보증금이 필요한 세상


모든 희망의 문짝이 떨어져나간 대문을
허둥지둥 나서니
거리의 그 많은 사람들 모두 방이 있다니!


아니야, 방은
액자 그림 속에나 있는 것
노숙. 가망없음.
그게 우리 지상의 방이야


생활정보지를 펼쳐 아홉번째 X표를 그리면서
방 한 칸 얻기 위해 걸어다닌
일생의 거리를 생각해본다


목 부러진 해바라기들이
투둑 발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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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내내 전셋집 구하러 분주했다.
다행히 주말에 계약서를 쓰고 나니, 그동안의 피로가 몰려온다.

 

설 전전날 갑작스레 6천만원이나 전셋값을 올려달라는 통보에
살 집(?!!) 을 알아봐야하는 형편(?)에 놓이게 되니,
돈 없는 것도, 엉덩이 붙이고 편히 살 집 없는 것도 서글프다.

 

멀리 김포까지 가서 집을 구했다.
이사도 해야하고, 아이들 전학도 시켜야 하고,
짐도 정리해야 하고, 돈도 구해야 한다.

 

아, 사는게 왜 이리 번거로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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