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윤희상


화가는
바람을 그리기 위해
바람을 그리지 않고
바람에 뒤척거리는 수선화를 그렸다
바람에는 붓도 닿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어떤 사람들은
그곳에서 바람은 보지 않고
수선화만 보고 갔다
화가가 나서서
탓할 일이 아니었다

......................................................................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갖고 있다면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목소리로, 손가락으로, 몸으로, 붓으로...


노래를 못하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춤을 못 추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잘 하기가 어려운 게다.
정말 잘 하기란 어려운 게다.


더구나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것,
그것을 고스란히 누군가에게 전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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