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첫사랑


                      김선우
1

그대가 아찔한 절벽 끝에서
바람의 얼굴로 서성인다면 그대를 부르지 않겠습니다
옷깃 부등키며 수선스럽지 않겠습니다
그대에게 무슨 연유가 있겠거니
내 사랑의 몫으로
그대의 뒷모습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손 내밀지 않고 그대를 다 가지겠습니다


2

아주 조금만 먼저 바닥에 닿겠습니다
가장 낮게 엎드린 처마를 끌고
추락하는 그대의 속도를 앞지르겠습니다
내 생을 사랑하지 않고는
다른 생을 사랑할 수 없음을 늦게 알았습니다
그대보다 먼저 바닥에 닿아
강보에 아기를 받듯 온몸으로 나를 받겠습니다
...........................................................

믿음의 바탕에는 개체 상호의 온전함이 있습니다.
그 온전함이 신뢰의 바탕이지요.
그리고 나서야 사랑이 온전하게 싹트는 것이지요.


이젠 사랑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에 믿음과 기대를 심어야 합니다.
온전한 사랑을 위해서는 말입니다.

 

비록 첫 사랑은 한 철 꽃이 피고 사라지듯

그렇게 훌쩍 왔다 갔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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