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귀로(歸路)
박재삼
새벽 서릿길을 밟으며
어머니는 장사를 나가셨다가
촉촉한 밤이슬에 젖으며
우리들 머리맡으로 돌아오셨다.
선반엔 꿀단지가 채워져 있기는커녕
먼지만 부옇게 쌓여 있는데,
빚으로도 못 갚는 땟국물 같은 어린것들이
방안에 제멋대로 뒹굴어져 자는데,
보는 이 없는 것,
알아주는 이 없는 것,
이마 위에 이고 온
별빛을 풀어 놓는다.
소매에 묻히고 온
달빛을 털어 놓는다.
..............................................................
어디 고단하지 않은 생이 있던가?
그래, 어떤 말로 그 생을 다 얘기 할 수 있겠는가?
네 말소리 기울일 귀가 있어 얼마나 다행이냐?
네 목소리 전할 입이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
누군가 네 얘기 들어줄 사람있으면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
그래, 이제 다 말해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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