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한테 물린 적이 있다
유용선
내 나이 여섯살 적에
아버지와 함께 간 그 허름한 식당,
그 옆에 냄새나는 변소,
그 앞에 묶여 있던 양치기,
는 그렇게 묶인 채로 내 엉덩이를 물었다.
괜찮아, 괜찮아, 안 물어.
그 새끼 그 개만도 못한 주인새끼의
그 말만은 믿지 말았어야 했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는 말이 있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나는 번번이 짖는 개에게 물렸다.
사랑을 부르짖는 개,
는 교회에서 나를 물어 뜯었다.
정의를 부르짖는 개,
는 내 등 뒤에서 나를 덮쳤다.
예술을 부르짖는 개,
는 백주대로에서 내 빵을 훔쳐 달아났다.
괜찮다, 괜찮다,
는 개소리는 지금도 내 엉덩이를 노린다.
괜찮아, 괜찮아, 물지 않을 거야.
저 새끼 저 개만도 못한 새끼의
싸늘한 속삭임을 나는 도시 믿을 수 없다.
....................................................................
욕 한마디 해주고 싶을 때가 있다.
돌아서서 저주를 퍼부어 주고 싶은 때가 있다.
도대체 말로는 해결의 기미가 보이질 않아,
마구 두들겨 패주고 싶은 때가 있다.
살다보면...
다행히 그리 많지는 않지만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순간에 맞닥뜨린다.
참아 넘기기가 쉽지 않은 순간이다.
아주 가끔은
개새끼, 돼지새끼들과 섞여 사는 게
짜증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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