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김기택


가지가 되다 말았을까 잎이 되다 말았을까
날카로운 한 점 끝에 온 힘을 모은 채
가시는 더 자라지 않는구나


걸어다닐 줄도 말할 줄도 모르고
남을 해치는 일이라곤 도저히 모르는
그저 가만히 서서 산소밖에 만들 줄 모르는
저 푸르고 순한 꽃나무 속에
어떻게 저런 공격성이 숨어 있었을까
수액 속에도 불안이 있었던 것일까
꽃과 열매를 노리는 힘에 대한 공포가 있었던 것일까
꽃을 꺾으러 오는 놈은 누구라도
이 사나운 살을 꽂아 피를 내리라
그런 일념의 분노가 있었던 것일까


한뿌리에서 올라온 똑같은 수액이건만
어느 것은 꽃이 되고
어느 것은 가시가 되었구나
......................................................................

말 수를 줄여야 겠다.
간혹 의도하지 않은 말로 인해 문제가 생기고,
말이 길어지다 보면 생각지도 않았던 일로 번진다.


내 혀에서 비롯된 업이
나를 상하게 하고
다른 사람을 상하게 할 수도 있음을
무수히 겪고도
또 실수를 범한다.


꼭 한순간만 참을 것을...
한마디만 참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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